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개발자.. AI로 대체될 것 같아서 도보배달을 해봤습니다
AI 시대, 주니어 개발자의 고민
요즘 고민이 많다.
Claude, Codex, Cursor에게 내 암묵지를 내어주면서, 경험이 적은 주니어 개발자는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. 많은 회사들이 ‘AI Native’다 뭐다 하면서 직무를 허물고, 더 많은 일을 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.
정신없는 요즘 사회에 머리를 비울 겸, 부업도 겸사겸사 해보기 위해 도보배달을 해봤다.
처음에는 단순한 흥미였다. 산책 겸 배달이나 몇 건 돌리면 소화도 시키고 돈도 버니까, 일석이조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.
6월 17일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도보로 쿠팡이츠 12건, 배민 5건을 배달해봤다.
막상 해보니
가볍게 시작했는데, 첫 배달을 하고 나니 생각과는 달랐다.
이게 누군가의 생업을 연결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책임감과 중압감이 생겼다. 회사에서도 소상공인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고 있어서일까. 사장님이 이 음식 하나를 만들어 손님에게 전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치는지 알기 때문에, 이 배달 한 건을 최대한 무사히, 빠르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.
첫날 쿠팡이츠로 4건 정도를 배달했을 때는 거의 전력질주를 했다. 아마 그날 건대입구 인근의 도보배달 중에서 내가 제일 빠르지 않았을까 자부해본다 😅 음식이 식기 전에 무사히 잘 배달했다는 뿌듯함이 있었다.
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, 주변에 보이는 전기자전거와 오토바이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. 저들 또한 생계를 위한 업으로 배달을 하고 있겠지.
특별히 대단한 에피소드는 아직 없지만,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건 가게에 들어설 때마다 나를 홀 손님으로 착각하고 자리를 안내해주시던 사장님들이다. 일반적인 라이더들의 표준(?) 복장과는 거리가 먼, 맨몸으로 손님처럼 들어서는 라이더라서 그런지, 홀을 운영하시는 사장님들이 나를 볼 때마다 적잖이 당황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.
라이더로 본 쿠팡이츠와 배민
쿠팡이츠와 배민을 둘 다 경험해보면서, 사실 도보로 배달하는 입장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. 다만 한 가지 큰 차이를 꼽자면, 배민에만 있는 한집배달의 유무가 라이더 입장에서는 꽤 컸다.
도보 기준으로 쿠팡이츠는 기본적으로 한 개의 주문-배달만 받게 되어 있다. 반면 배민은 동시에 여러 건을 받을 수 있었다.
나는 한 건의 배달이 끝나고 다음 걸 받으러 가는 구조인 줄 알았는데, 배민의 배달은 라이더의 편의에 맞춰진 느낌이 강했다. 배민은 픽업하는 가게를 기준으로 근처에서 픽업 가능한 건들을 주르륵 잡아줬다. 어떻게든 동선을 최적화해서 여러 건의 배달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구조가 엿보였다. (물론 신규배차 옵션을 끄면 한 건만 배달하는 것도 가능하다.)
둘의 차이를 비교하자면, 배민이 라이더의 입장을 더 많이 고민한 것이 보였던 점이 기억에 남는다.
공급자를 보는 눈이 깊어졌다
소상공인 서비스를 만들면서 공급자에 대한 관점이 더 깊어진 것 같다.
이 사장님은 이 물건을 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을까, 이 상권은 어떤 특징을 띠고 있을까, 비용은 얼마나 나올까, 가게 준비를 위해 몇 시부터 재료 손질을 하셨을까, 공과금은 얼마고 부가세 같은 세금은 어떻게 처리하실까, 비용 처리는 잘 하고 계실까.
배달 한 건을 하면서도 이런 많은 분야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.
부업으로서는?
솔직히 부업이라고 생각하면 수지가 안 맞는다.
1시간 정도 도보로 배달하면 운 좋으면 4~5건, 아니면 평균적으로 2~3건 정도 한다. 이러면 만 원 남짓이다. 시급 만 원이면 최저시급도 안 나오는 데다, 내 육체적 노동이 그 시간에 묶여 있다는 점에서 그리 좋은 돈벌이 수단은 아니라고 생각한다. (물론 어디까지나 도보 기준이다.)
다만 산책하면서 RPG 게임처럼 소소하게 서브미션을 한다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. 동네 지리도 익힐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재밌게 하고 있다. 앞으로도 시간 날 때 계속하지 않을까 싶다.